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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상황에서 말을 하지 않는 "선택적 무언증"

by 세실짱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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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무언증(함구증)이라고 하면~ 내가 미술치료 시작 초반에 접했던 7살 여자 아이가 생각난다. 너무나도 야무지게 생기고 자기 의사표현이 확실할 것 같은 아이였는데 유독 밖에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담의뢰 이유였다. 보통 초등학교 입학 즈음이 되면 정확히는 입학 연도 전 가을부터 엄마들은 마음이 분주해지는 것 같다. 나 역시도 큰아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기억이 난다. 행여 학교에 가서 뒤질까... 아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을까.. 이런 별의별 걱정거리들이 떠오르고, 그 시기엔 보이지 않았던 내 아이의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 이기도 하다.  그 친구를 나는 12회기의 상담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상담하는 초반에 나에게 너무나도 답답합을 안겨주었기에, 아직도 선택적 무언증, 함묵증이라고 하면 그 친구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마지막 시간에 복도에서 들렸던 대성통곡하는 울음소리도 아직도 귀에 들리는 듯하다.... 

 

 

나의 답답함과 불안감

미술을 매개체로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작업, 닥치는 대로 봤고 닥치는 대로 익혀서 내 것을 만들어 내려고 했었다. 하지만 미술치료라는 것이 그렇게 글로 읽고 익히고 바로바로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더라.... 지나고 보면 선택적 무언증인 이 친구를 만나고 나서 나의 마음은 조급해졌던 것 같다. 어떻게든 아이의 말을 끌어내려고  별의별 노력을 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친구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고, 어떤 날은  40분을 채우고 나가는 그 친구를 보고선 야속한 맘이 들기도 했고, 무기력감이 들기도 했다. 

선택적 무언증(함묵증)이란?

말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상황, 특정한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 장애로 아동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주로 취학 전에 엄마들이 걱정돼서 아이를 데리고 오시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말을 아주 잘하면서도 말하는 것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나의 내담자의 경우엔 유독 밖에서 만나는 어른들(선생님 포함) 에게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래서 어머니는 동네 어른들이 아이를 봐도 반응이 없으니 아이가 버릇없게 보이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셨다. 이러한 무언증은 자폐 스펙트럼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 선택적 무언증을 가진  아동들이 보통 학교를 가기 싫어하는 경우에는 학업적 곤란으로 초래된다고 한다. 또한 또래 친구들과 사회적 관계를 맺기 어려우니 왕따나, 놀림을 받기 쉽다. 이러한 여러 가지로 파생되는 문제가 많은 무언증 증상이 1개월 이상 (여기서 입학 후 처음 1개월은 제외한다) 지속될 경우에 선택적 무언증으로 진단된다. 

 

원인은 무엇일까?

사회적 상황에서 생기는 불안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선택적 무언증을 지닌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 공포증도 지니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무언증은 불안장애의 한 하위유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선택적 무언증을 가진 아동들은 불안에 민감한 기질을 지니고 있다. 이 불안의 그 원은 애착대상과의 분리불안이며, 어머니와 분리 되었을 때 무언증을 나타낸다는 주장도 있다. 선택적 무언증이 아동의 신체적, 성적학대등의 외상경험에 의해서 유발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체계적인연구(Dummit et al.,1997)에서는 특별한 외상경험과는 관계가 없다는 것으로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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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는 어떻게?

선택적 무언증은 아동이 시간이지난다고~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자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아동의 적절i 한 발달을 위해서는 효과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겠다. 여기서 가장 효과 있는 치료방법으로는 행동수정 또는 행동치료가 있다.  행동치료의 원리는 아동이 불안감 없이 조금씩 안정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강화물을 제공하는 것이다. 

  • 자기 모델링(self-modeling) : 아동이 말을 하지 않는 학교와 같은 환경에서 교사가 질문을 하고 아동이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는 상황을 녹화한다.---> 아동이 말을 하는 예를 들어 엄마가 동일한 학교상황에 와서 아동에게 교사가 한 질문과 똑같이 질문을 하고 아동이 그러한 질문에 답을 하는 모습을 녹화한다.---> 녹화내용을 편집하여 교사가 질문하는 모습과 아동이 대답하는 모습으로 한다.---> 아동에게 이렇게 편집된 녹화물을 보여주면서, 아동이 교사에 대답하는 모습이 나올 때 긍정적인 강화물을 제공한다.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반족적으로 보면서 교사의 질문에 응답하는 행동이 증가하게 된다. 
  • 신비의 동기유발물( mystery motivators) : 무언증을 지닌 아동이 소속된 교실에 잘 보이는 곳에 커다란 봉투를 놓아두고 그 봉투 속에는 아동의 이름과 간단한 문구가 적혀있다. 아동이 좋아하는 강화물도 담겨있다. 아동이 봉투 속의 문구를 교사와 반친구들이 들을 수 있도록 큰소리로 읽으면 그 강화물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호기심 자극을 통하여 아동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익숙하게 한다.
  • 둔감법(desensitization): 아동이 말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과 이메일 온라인채팅, 화상통화등을 통행 간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하고, 편안해지면 대면하게 유도한다. 
  • 자극 약화법(stimulus fading): 놀이치료와 행동치료가 접목된 방법으로 아동이 친밀한 사람과 놀이를 하며 대화하게 한다 아동이 놀이에 집중하고 있을 때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함께 놀이를 한다. 아동이 편안함을 느끼는 상황에서 아동이 말하기 힘들어하는 대상을 투입시키는 방법이다. 
  • 약물치료법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비롯한 항우울제가 무언증의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데 불안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지닌다고 한다. 약물치료만으로 치료되지는 않는다. 아동이 자신의 불안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의 심리치료가 있으며 병행해야 한다. 약물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말은 없었지만 마음으로 통하는~

선택적 무언증의 아이를 상담하면서 초반에는 정해진 회기안에 아이가 나에게 말을 하게 하는 목적에 혈안이 되어있었다. 부모상담에서는 어머님, 아버님들 역시 아이가 말하는 것에 집중하고 계셨었다. 하지만 중간회기가 될 무렵에 나는 아이의 입을 여는 것에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미술매체를 통해서 아이와 나 사이에 좋은 라포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교사, 어른들에 대한 신뢰감 믿음을 쌓아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아이의 불안은 유치원을 옮김으로 인함이 조금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였다.(간혹 취학 전에 조급한 마음에 아이의 의견은 묻지 않고 아이에게 더 좋은 조건의 유치원을 보낸다는 생각에 유치원을 옮기시는 경우가 있다. )  원래대로 본인이 익숙했던 유치원을 옮기면서 아이는 안정감을 찾아갔고, 말은 안 했지만 그림으로 혹은 글씨로 묻고 하면서 아이와 소통해 나갔다. 마지막 시간에도 아이는 한마디도 안 했다. 눈빛으로 웃고 혹은 찡그리며 소통했다. 마지막시간에 대한 작별을 고했고 아이는 아무 말도 없이 시간이 지났다. 20분이 지난 후 다음회기의 아동을 상담하는데 밖에서 대성통곡의 소리가 들렸다. ㅎ~ 아이가 말은 못 했지만 나와의 작별을 그 누구보다 아쉬워하는 울음소리였다. 그 친구가 이후에 어른에 대한 교사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선택적 무언증도 잦아들어 아주 야무진 학생이 되어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담을 하다보면 항상 잘못은 부모에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나도 아이가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거나 잘못된 상황으로 흘러갈 때 항상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가?"에 대해서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자책하고 후회하고 속상해한다. 하지만 그때~ 과거에 나는 무지했고, 아이의 타고난 기질이 그러하였다. 나는 최선을 다했고, 현재에 나는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렇게 합리화하면서 나름 보드랍게 살아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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